9th anniversary

  1. 현실감이 없다. 이건 대체 무슨 감각인가. 호접지몽
  2. 그가 말했다. 뭐 달라질것도 없지 않느냐. 그냥 각자의 삶에 충실하는거지, 이제는. 맞는 말이다. 너무도 맞는 말이라서 심장 언저리가 아린다.
  3. 법륜스님에게 물어본다면, 인연은 연기처럼 왔다가 가는 거라고, 그렇게 놔두는 거라고 말씀하시겠지. 무척 긴 인연이다.
  4. 그 동안 나의 갖은 투정과 불안을 다 받아주어서 감사한다. 나의 거의 모든 것을 그대로 사랑해 주어서 더욱 더 감사한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나에게 최선을 다했으므로, 내 미안함과 감사는 그에게 의미가 없을 것이다.
  5. 그가 지쳤던 것은 내 미필적 고의다. 지나간 시간들을 생각하며 미련과 애증에 시달리는 것은 사랑에 있어 최선을 다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한 사람의 당연한 몫이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변명을 늘어놓자면, 나는 정말 그를 사랑했다. 그랬기에, 그 사랑과 이기심으로 9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를 붙잡아 나를 그의 옆에 놓아 두었다고 생각한다.
  7. 그대, 9년의 시간동안 내 옆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웠다. 우리들의 사랑은 갈대처럼 질겨서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오늘까지 온걸까, 그리고 그러다 마침내 부러져 버린걸까. 아마 그럴 것이다. 그토록 지극했던 너의 목소리에 체념이 묻어나오는걸 보면.
  8. 앞으로의 내 시간은 치열한 자기합리화를 옆에 두고 지나간 시간들을 미화하는 자신과의 진흙탕 싸움이겠지. 부디 지치지 않기를.
  9. 그래도 우리가 시작한지 9년이 지난 오늘, 나는 항상 처음처럼 너를 사랑한다. 표현은 못했지만.
  10. 앞으로 어떤 하루들을 지내야 할지 지나치게 뻔하다. 놀랍도록 아프다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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